브룩스의 법칙: 기초적인 그래프 이론이다
먼저 이것은 제약 조건을 정밀히 해야 한다. 조직에서는 서로 소통할 필요가 없는 노드, 즉 “끊어진 노드”가 없다. 소통 빈도가 어떻든 간에 조직은 인원이 충당되면 그 인원과 나머지 모두가 소통을 할 수밖에 없다.
일단은 브룩스의 법칙과 가장 직관적으로 반대 방향인 속담은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이다. 종잇장을 드는 데에 필요한 것은 종이를 들기 위한 힘도 있지만, 발이 합이 맞는지도 중요하다.
만약 발이 합이 안 맞지만, 종잇장이 1000장 묶음이라면 어떻게든 같이 드는 것이 낫다. 같은 까닭으로, 할 일은 많지만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은 공격적으로 인원을 채용한다.
그러나 이미 999장을 모두 날라 버렸고, 단 1장만을 낱개로 나를 때는 그냥 혼자 나르는 것이 낫다. 브룩스의 법칙이 비판하고 싶어하는 부분은 1장의 종이를 가지고 뒤뚱뒤뚱대는 조직이다.
그러니, 브룩스의 법칙은 업무의 양이 상식 범위 안임을 가정하고 전개되므로 그래프 안의 간선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하지, 1/N으로 얼마나 돌아가는지는 후순위이다.
3명이 있는 부서 vs 9명이 있는 부서
시나리오를 단순화해서 1:1 회의로만 치자. 이렇게 쳤을 때도, 3명이 있는 부서는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3번의 회의를 하면 된다. 그러나 9명이 있는 부서는 총 36번의 회의가 필요하다. 50명이 있는 부서, 100명이 있는 부서는 더더욱 오합지졸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사업을 확장하고 부서를 늘리기 위해선 직원을 뽑긴 해야 하고, 노동법을 생각해서라도 자본금이 커질 수록 직원을 뽑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회사를 자유 방임으로 두었다면 우리 모두 노동권을 잃고 대표 혼자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을 잘게, 또 잘게 쪼개라는 것이 보통 경영진들의 판단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이 재앙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일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을 때
예를 들어 소수 정예 부서가 단기간에 100개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 소통에 드는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둘째 치고, 한 명에게 돌아가는 일의 몫이 충분히 극단적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고용주는 소통 비용을 폭증시키고 싶지 않아 신입 공채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입 교육이니 어쩌니 하기 전에, 개개인의 작업 효율 자체가 좋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작업 기억, 집중력과 같은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AI의 컨텍스트 윈도우보다야 인간의 작업 기억이 낫다고는 하지만, 몇 명이 수백 가지 일을 할 수 없음은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잘’ 할 수 있는 일은 뇌가 1개이니 당연히 1개이고, 좌뇌와 우뇌와 어떤 기관들을 끌어 써도 ‘2가지 일을 다 제대로 못하는 정도’까지만 간신히 처리한다. 달리 말해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은 허상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지금처럼 계약직에게 잡무를 맡기고, 일을 빼어나게 잘 하면 정규직의 일을 맡기고, 아니면 단순 잡무 처리 AI비서의 대용품 정도로 쓰다가 해고해 버리는 구조가 딱히 브룩스의 법칙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비판 사항도 있지만, 나는 막상 브룩스의 법칙을 체감해 본 사람이다.
연구실의 인원이 늘었을 때
2021년 말, 연구실은 5명의 인원이 있었다. 원래는 6명이었으나, 1명이 건강 사유로 수술을 받고 요양을 하면서 5명으로 조직이 1-2개월 정도 굴러갔다. 그 때에 일이 가중되기는 했지만, 적당히 어설프게라도 굴러는 가고 있었다. 부족분은 대학원생이나 교수님의 직접 지시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심층 토의를 하여 연구 본부에 보고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
연구를 처음 제시한 원 책임자와 교수님, 그리고 말단이었던 나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신참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2021년 하반기가 다 가시기 전에 새 연구생과의 계약을 하였다.
그러나, 인원이 복구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새 인원의 소통 방식부터, 연구실의 과거 맥락, 버그 레포팅과 설계의 경중까지 새 인원과 논의해야 할 것은 아주 많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입 연구생이 인계를 거부하고 독학으로 해서 기억에 남기겠다는 판단까지 해서 일이 1-2달 더 지연이 되면서, 연구는 파국으로 치닫았고 3개년 계획의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못한 채로 끝났다. 그러나, 새 연구생은 그럭저럭 개발 실력도 출중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으며, 그다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서류의 컨벤션을 이해시키고, 조직의 문화를 알려주는 과정’은 개발이란 종잇장을 같이 들지도 못하게 방해하는 시간이 길었다.
결론적으로 일을 잘 하는 신참이 들어왔음에도 신참의 영향력 발휘는 일이 다 끝나갈 때에 겨우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나의 판단은 ‘아하, 브룩스의 법칙이 있으니 새 연구원이 없었어야 하는구나’가 아니고 ‘처음 들어와도 소통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아이디어는 고인다
늘 있던 사람들끼리만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토폴로지를 검토하고, 메트릭을 측정하면 늘 하던 방식의 연구 보고서와 논문이 나온다. 그렇게 적당히 진행해서 적당한 학회에 보고하면, ‘이 사람들 연구 주제는 비슷하네’라는 평을 듣게 된다. 그래서 R&D 위탁을 따 와야 하는 입장인 교수님의 판단은 옳았다. 업무 능률 저하는 생각보다 금방 복구되지만, 고여 있는 아이디어는 타파하기가 힘들다. 그럴 때에, 아예 파격적으로 ‘UI/UX 개발자’에게 구조체를 보여 주며 ‘좀 더 페이로드에 정보를 많이 담는 게 나을까요?’ 하고 물어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이런 사항을 잘 읽고 매듭을 짓는 것은 결국에는 관리자만의 몫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소통 그래프는 ‘가중치 그래프’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을 하려면 브룩스의 법칙을 산출할 때에 노드와 간선 가중치라도 두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론
브룩스의 법칙 자체는 연구실과 같이 위계보다 기술이 먼저인, ‘아래에서 위로 제안서를 올릴 수 있는’ 조직에서는 유효하다. 그러나 ‘감히 아래에서 위로 고개도 들지 못하는’ 영리 조직에서 브룩스의 법칙이 잘 먹히는 이론인지, 행여 보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엔트리급 개발자가 하기에는 오만한 결론이지만, 나의 결론은 ‘브룩스의 법칙은 현실의 권력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이론 역시도 권력과 제약을 충실히 반영한 채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이론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고 ‘안목’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