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펑크싸이키델릭 예고르 레토프의 바보에 대하여

예고르 레토프의 가사로 알아보는 풍전등화

Category: 취미 생활 → MUSIC
Difficulty: 초급
Date: 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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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서술 방식

이번엔 서술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 음악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는지는 개인 하나하나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자아, 사람을 일개 추종자로 처박는 모독적이고 작위적인 영성, 애국심같은 실체도 없는 유령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개인이 어떠한 실체들 사이에 둘러싸여 맥락으로 실재하는지에 대한 관찰이라고 믿는다. 구차하게 첨언하자면 이러한 까닭으로 나는 실존, 내지는 실존주의에 대해 불가지론 내지 무용론을 취한다. 그러나 실존주의자가 이 가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지 개인의 해석을 존중하며 그 맥락 역시—파편으로 실재하는 역사로서 사랑하는 동시에 경계한다.

가사

바보에 대하여 (Про дурачка) (의역 있음)

숲속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лесу Ищет дурачок глупее себя

죽음이 거리를 걷네, 쟁반 위에 올린 전을 들고서 누가 걸리든 운명대로 되리라 어깨를 툭 치고 뜨겁게 입 맞추면 품 안의 푼돈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리

Идёт Смерть по улице, несёт блины на блюдце Кому вынется — тому сбудется Тронет за плечо, поцелует горячо Полетят копейки из-за пазухи долой

숲속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лесу Ищет дурачок глупее себя

머릿속엔 톱니바퀴가 미친 듯이 돌아가네 비바람 몰아치는 젖어버린 머릿속 수은은 끓어오르고 주먹을 휘둘러보지만— 가슴엔 십자가를, 마지막 감은 눈엔 노잣돈뿐이라네

Зубастые колёса завертелись в башке В промокшей башке под бронебойным дождём Закипела ртуть, замахнулся кулак — Да только если крест на грудь, то на последний глаз — пятак

숲속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лесу Ищет дурачок глупее себя

죽은 우리 엄마가 어제 나를 찾아왔네 주먹을 흔들어 대며 나를 바보라 부르네 새벽녘 모기 한 마리 내 열병 속에 내려앉더니 내 관자놀이에서 흐르는 피에 숨이 막혀 죽었네

Моя мёртвая мамка вчера ко мне пришла Всё грозила кулаком, называла дураком Предрассветный комар опустился в мой пожар И захлебнулся кровью из моего виска

세상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миру Ищет дурачок глупее себя

오늘 나는 풍선 한 가득 샀다네 이 풍선을 타고 저 멋진 나라 위를 날아가리 민들레 홀씨를 삼키고 땅속으로 잠수하며 모든 질문에 대답하리: “나는 영원히 살아있노라고!”

А сегодня я воздушных шариков купил Полечу на них над расчудесной страной Буду пух глотать, буду в землю нырять И на все вопросы отвечать: «ВСЕГДА ЖИВОЙ!»

하늘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небу Ищет дурачок глупее себя

밤이나 낮이나 해는 늘 떠 있었지 포화 속 참호 안에 무신론자란 없는 법 눈먼 자가 달려오고 보잘것없는 자가 승리하리니 그대들이 꿈에도 상상 못 한 일이 벌어지리

Светило солнышко и ночью и днём Не бывает атеистов в окопах под огнём Добежит слепой, победит ничтожный Такое вам и не снилось

하늘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죽어있는 놈을 찾아 헤매네 세상을 헤매는 바보라네 자기보다 더 살아있는 놈을 찾아 헤매네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небу Ищет дурачок мертвее себя Ходит дурачок по миру Ищет дурачок живее себя

문화에 대한 주석

러시아 장례 풍습에서 눈 위에 동전을 올리는 관습이 있다. 여기서의 ‘전’은 한국에서의 제사에서 전을 올리듯 러시아에서 블리니를 올리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의역한 것이다.

노래가 만들어진 맥락

레토프가 열병 상태일 때 느낀 “싸이키델리아”를 러시아의 신비주의, 그리고 연극같은 우스움을 엮어 가사로 서술한 형태이다. 몇 가지 레토프의 인터뷰를 적어 본다.

여성 목소리가 들어간 건 완전히 결정타였다.
'어제 죽은 엄마가 찾아왔다'라는 부분에서 그 효과가 완전히 드러난다.
Q. 당신보다 더 멍청한 사람을 찾으셨나요?
A: 네, 하루 종일 그것들만 찾고 있네요. 이제는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찾고 싶네요. (농담조로)
만약 이 곡의 영상을 만든다면 나는 베네치아 카니발에서 찍었을 것이다.

레토프는 인간이 “살아 있음/죽었음”이 아닌 “더 죽어 있음<->죽어 있음<->살아 있음<->더 살아 있음”과 같은 연속적인 상태를 가진다는 어떠한 의식 상태를 겪었던 듯 하다. 삶, 세계, 주술, 과학과 같은 수많은 상태들이 명료하지 않게 뒤섞인 상태를 싸이키델리아와 언어를 빌려 표현한 “펑크라기보다 싸이키델릭”인 곡이다. 어째서인지 곡의 멜로디는 싸이키델릭이나 그 구성은 포스트펑크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레토프를 더 특이한 펑크족으로 만든다고 확신한다.

달리 말할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태 기계처럼 곡을 분해해 보자.

<->는 상반이 아닌 상관, 내지 연속적 관계임
<!> 혹은 <-!->는 상반이지만 동시에 관계임
<?> 혹은 <-?->는 상반과 상관의 혼재
--는 두 관계간의 강한 결합이나 직접적으로 이어진 두 관계가 아니면 끊어짐으로 간주함(예: a--b<->c일때 c<->a는 부재함)
-.-는 두 관계 사이에서만 동작하는 약한 결합(--와 기본적으로 같은 결로 계산)
단절된 두 관계는 관계를 따라가도 닿을 수 없음

|--------------------숲(세계)---------
|                                    |
| 제물<!>종교      승리              |
| ^      ^        ^                  |
| |      |        |                  |
| v      v        v                  |
| 존재<->회귀 <-> 실현               |
| ^      |          ^                |
| |      |          |                |
| v     분노<----?---                |
| 죽음-.-.-                          |
|  ^                                 |
|  |                                 |
   v                                 |
| 생명                               |
-------------------------------------|

이 정도면 레토프의 착란을 잘 요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에서 어떠한 것을 “읽어낼지”는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먼저 읽고 아래로 내리기 바란다.

나의 해석

정치인, 펑크족, 비겁한 쥐새끼나 음흉한 승냥이까지 이 노래에선 숲을 돌아다니는,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찾아다니는 바보로 환원된다. 더욱 소름돋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지지하든, 정치적으론 자본주의 국가에 살든, 공산주의 국가에 살든, 친러이든 친중이든 친서방이든, 도덕적으론 선비이든 도둑놈이든, 때로는 그 자신이 사람이든 떠돌이 들개이든 이 체험 아래에선 그냥 ‘바보’가 되어서 자신을 바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보다 더 멍청한 놈을 보고 머릿속으로 이를 갈고,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될지라도 주먹을 치켜 들거나 자기 나름대로의 반항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신념이나 자신이 세계를 그렇다고 믿는 것을 관철하면, 모든 것을 바치고 무더기이던 ‘동전’이 내게 한 닢밖에 남지 않는 초라한 상황에 툭 던져진다. 옴스크의 피 끓고 뜻 있던 청년들을 대표하던 록 스타 레토프는 어쩌면 이것을 직감하고 공연 횟수도 줄이며 잠적한 것일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아니,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제물로 바쳐야만 하는 생명의 필연에 신물이 나서 가장 조용하고 격렬한 저항을 한 것인가?

우리가 ‘열병’ 없이도 열병을 경험하는 모든 순간순간들에서 결국은 주체성이니 식민지성이니 하는 것들조차 헛된 것들 중에 뭐가 덜 헛되었느냐 논할 뿐이지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통감한다. 그러나 승리하는 것은 거대한 착란이나 비겁한 수를 두는 교활한, 우리와는 다르게 작용하는 쥐새끼같은 파시즘이 아닌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라는 데서 열병은 반드시 죽어서 죽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죽어도 죽지 않은 것. 가장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예수나 부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비겁하고, 사람들 머리 꼭대기에서 찍찍대는 ‘나보다 더 바보같은’ 것들이 그러한 사실을 지우고 ‘신은 인간과 다르고 인간은 신이 아니니까’ 같은 것들을 쑤셔 넣어 ‘죽어도 죽지 않은 상태’를 위인이나 개인의 것으로 가려 두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말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정해졌다기보다는 현상, 눈 앞에 놓여진 실재에 대해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이것은 열병보다 뜨겁고 진실로 세계를 소화할 수 있는 추진력이라고 내심 확신한다.

질문

우리는 가사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자신이 스토아주의자이든, 실존주의자이든, 에피쿠로스주의자이든, 도학자나 유학자이든, 승려, 신부, 목사이든, 심지어는 파시스트나 전체주의자이든 스스로에게 묻지 않으면 그저 그런 고착된 상태로 끝나버린다.

우리는 쥐새끼를 닮기 위해 사고를 외주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과 다른가, 무엇이 사실을 판단할 수 있고 무엇이 모호한가? 질문할 기력이 없다고 빠져나감을 그만두고 이제는 정말 생각할 때가 아닌가?

Document Classification

Primary Category
취미 생활
Subcategory
MUSIC
Keywords
포스트펑크 싸이키델릭 예고르 레토프
Difficulty
초급
Permalink
https://gg582.github.io/hobbies/2026-02-17-%5B%EB%A1%9D%5D%5B%ED%8F%AC%EC%8A%A4%ED%8A%B8%ED%8E%91%ED%81%AC%5D%5B%EC%8B%B8%EC%9D%B4%ED%82%A4%EB%8D%B8%EB%A6%AD%5D-%EC%98%88%EA%B3%A0%EB%A5%B4-%EB%A0%88%ED%86%A0%ED%94%84%EC%9D%98-%EB%B0%94%EB%B3%B4%EC%97%90-%EB%8C%80%ED%95%98%EC%97%AC/

Citation

이윤진(Lee Yunjin) (2026). [록][포스트펑크][싸이키델릭] 예고르 레토프의 바보에 대하여. 윤진의 IT 블로그. Retrieved from https://gg582.github.io/hobbies/2026-02-17-%5B%EB%A1%9D%5D%5B%ED%8F%AC%EC%8A%A4%ED%8A%B8%ED%8E%91%ED%81%AC%5D%5B%EC%8B%B8%EC%9D%B4%ED%82%A4%EB%8D%B8%EB%A6%AD%5D-%EC%98%88%EA%B3%A0%EB%A5%B4-%EB%A0%88%ED%86%A0%ED%94%84%EC%9D%98-%EB%B0%94%EB%B3%B4%EC%97%90-%EB%8C%80%ED%95%98%EC%97%AC/
── 하략 ──